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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독서

파친코 책 후기, 한수는 위대한 개츠비인가?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파친코 리뷰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온몸으로 느낀 책이다. 선자와 이삭, 그리고 한수.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솔로몬과 유미. 양진. 요셉과 경희, 그리고 김창호. 책을 읽었다면 등장인물 이름만 읽어도 생각에 잠긴다.

역사적 아픔과 상황을 이야기로 풀어가는 작가는
천재다. 읽을수록 생각하게 만든다. 그중, 한수의 사랑이 궁금했다. 그는 얼마나 선자를 사랑한 것인가? 우리는 한수를 욕해야 하는가?

순수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야기할 때 ‘위대한 개츠비’의 사랑이 많이 언급된다. 데이지를 향한 게츠비의 순수한 사랑과 선자를 향한 한수와 사랑과 같은 것일까?

 

한수의 사랑

파친코 한수의 사랑

한수는 야쿠자 두목의 딸과 결혼했다. 그녀는 결벽증이 있었고, 한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다. 늘 마음의 공허함이 있던 한수는 조선에서 선자를 만났다.

어리지만 단단해 보였던 선자에게 마음이 생기고, 결국 그는 선자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선자도 한수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한수가 유부남인 것과 자식들이 있는 사실을 알고는 그를 떠난다.

선자는 한수와의 추억에 젖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한수의 품에 다시 안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는 끝까지 선자를 떠나지 않는다.

한수는 왜 그렇게 선자에게 집착했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유부남이 어린 소녀를 사랑해 아이를 가지게 한 것이다. 욕먹을 만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수 또한 나이만 먹은 아이 같았다. 그의 인생도 순탄치 않았다. 가난하고 힘이 없었고, 가족의 사랑을 제대로 느낀 적도 없다.

타국에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다. 돈은 많이 벌지만,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다. 살아남기 위해 버텼다. 만약 한수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자를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수도 결혼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까? 그도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을 느낀 사람이 선자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선자를 잊지 못하고 죽기 전까지 도왔다. 선자의 어머니, 양진을 일본으로 모셔오고, 노아을 위해 돈을 쓰며, 선자가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었다.

 

개츠비의 사랑

위대한 개츠비

사람들의 의견은 갈린다. 그러나, 나는 한수의 사랑이 누구보다 순수했던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가 한 여자의 사랑을 갈망하며 매일 밤 파티를 열었듯이 말이다.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결국 버림을 받은 것처럼, 한수도 끝내 선자의 사랑을 다시 받지 못한다.

역사적 아픔과 인생의 타이밍이 한수와 선자의 사랑을 엇갈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선자를 향한 한수의 사랑은 변함없는 순수한 사랑이었다. 불륜 혹은 바람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다. 순수한 사랑이라고 다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한수에게 사랑의 지불값은 컸다.

‘차라리 한수가 처음부터 선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선자와 사랑했던 기억과 마음'이 한수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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