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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두 번의 자퇴와 검정고시

인생은 C다. B와 D사이에서,

선택
선택의 연속

"Life is Chicken between Birth and Death" 라고 치킨 관련 발표 시간에 농담을 했다. 사실 정답은 '선택 (=Choice)' 다. 인생은 셀 수 없는 선택의 연속이고, 옵션은 늘 많다. 한끼 식사도 정하기 힘들정도로 말이다. 나의 인생에서 큰 선택의 순간 중 하나는, 한국 인문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캐나다로 교환 학생을 가기로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중학교 때 유학생활을 동경했다. 당시 외국에서 돌아온 두 명의 친구의 영향이 컸었다. 

 

복도에 놓여진 케비넷 사이를 지나가고, 푸른 풀밭에 앉아 수업을 듣는 모습들을 상상하며 말이다. 공교롭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했지만 학교 내 캐나다로 갈 수 있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었다. 조건은 1년 공부하고 다시 돌아와, 일 년을 꿇고 다시 학년을 시작하는 거였다. 하지만, 캐나다 생활에 빠져들어 총 2년을 보냈다. 졸업하기까지 추가로 2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다시 캐나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한국을 돌아와 검정고시를 봤다. 캐나다에서 수 없이 고민했다. 종이에 인생 그래프를 그리며 내린 선택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너무 소비가 컸기 때문이다. 

 

나의 선택이었다. 부모님의 의견을 떠나, 내가 내린 결정이다. 한국에서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며,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검정고시 학원은 작은 방 한 칸에 수많은 학생들이 모여있었다. 담배 냄새, 그리고 여기저기 몸에 그림 공부를 한 친구들도 보였다. 캐나다에서 질문하는 용기와 태도를 배운 나는,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손을 들어 물어보았다. 친해진 동생, 친구, 누나들이 그것도 모르냐면서 비웃었다. 하지만, 정작 선생님이 다시 설명해줄 때 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적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친구들과 같이 밥도 먹고, 쉬는 시간일 때는 직접 교실 앞에서 영어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선생님들과 사이가 좋아, 용돈을 받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그들에게 왜 자퇴했냐고? 검정고시를 치는 이유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다. 사실, 마음 한편이 아팠다. 캐나다에서 본 학생들과 너무 극으로 비교됐기 때문이다. 동일한 시대에, 같은 나이로 태어났지만 이들의 삶의 간격은 차이는 컸다. 캐나다에서의 삶을 나중에 더 이야기하겠지만, 캐나다 학생들은 인생을 무지개 색으로 칠하고 있다면, 여기서 많은 학생들은 회색으로만 칠하고 있었다. 태어난 삶의 환경을 선택할수는 없지만, 앞으로라도 이들에게 더 좋은 일이 일어났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검정고시의 장단점

그러나, 사실 검정고시의 장점은 어마어마하다. 첫째,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만큼,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 고등학교 자퇴 후 6개월이 지나야 응시 가능하며, 고등학교 1학년 범위 내에서 시험을 치기에 공부할 범위도 매우 적다. 둘째, 내신등급을 유리하게 받을 수 있다. 나때는 평균 90점 이상이면 내신 2등급을 주었다. 내가 그냥 한국 학교에 다녔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성적이다.

 

고등학교 검정고시 장점 단점
연 2회 (4월 & 8월)  시간 절약 고등학교 친구와 추억
지역 별 현장 접수와 온라인 접수 병행 자율성 졸업 앨범
총 7과목 (필수 6 + 선택1) 유리한 내신 등급 결단과 책임
평균 60점 이상 합격 적은 시험 범위  시간 관리

*더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다면? https://www.kice.re.kr/sub/info.do?m=010605&s=kice 

 

물론, 부정적인 부분들도 있다. 고등학교 친구와 추억, 그리고 졸업 앨범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결단과 책임감도 함께 주어진다. 부모님을 설득하기가 가장 어렵지 않을까 싶다. 부정적인 시선은 사실 없는 것 같다. 본인이 가고 싶은 학교가 검정고시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모를까, 크게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기사를 보니 점점 검정고시를 보는 학생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2021년도 전체 수능자 중 2.8%가 검정고시 출신이며 (1만4277명), 그중 45명이 서울대를 갔다. 학생들의 본인 의지인지는 모르겠으나, 검정고시의 장점을 알아보는 친구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검정고시
당신의 선택은?

우리는 모두 인문계, 실업계, 체고, 예체능, 검정고시, 외고/과학고/마이스터고, 해외 유학 등 많은 옵션들이 주어진다. 인문계 안에서도 어떤 학교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어딜가도 추억은 생긴다. 물론 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는 끔찍한 순간이 있을 수도 겠다만, 당신의 선택은 괜찮다. 책임지고, 나아가야 한다. 후회한들, 어떻게 하랴? 한국에서 고등학교 친구들이 많은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 중학교 때보다 현재와 더 가깝게 있기에 더 친한것 같다. 그러나 나의 추억 또한 아름답다. 캐나다도 캐나다지만, 검정고시 학원에서 같이 롯데리아를 먹고, 작은 교실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보던 그 시절이 말이다.

생각 

  • 당신의 고등학교 추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 
  • 당신의 고등학교 추억 중 가장 바꾸고 싶은 순간은 무엇인가? 
  • 당신이 기억하는 인생의 큰 결정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