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홈스테이 VS 현지인 홈스테이
17살에 캐나다로 교환 학생을 갔다. 영어? 말도 못 했다. 외국인하고 사진 찍는 거만 좋아했다. 유학생활을 동경했기에 기회가 왔을 때 캐나다로 떠났다. 학생 때 해외를 나가면 ‘홈스테이’가 늘 선택지에 있다. 성인 이전에 유학을 갔다면 유일한 선택지일 수도 있겠다.
당신이라면 한국인 홈스테이와 현지인 홈스테이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현지인 홈스테이를했다. 그 나라 문화를 직접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금전적인 부분도 크게 차이 났기 때문이다. (2012년 당시에는 현지인 홈스테이가 약 한국인 홈스테이의 0.7 정도 수준이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현지인 홈스테이’를 추천한다. 현지인 홈스테이라도 복불복이기에 좋지 않을 수 있다. 외국인들과 사는 것이 불편하고, 외롭고,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먼저 살아보길 권유한다. 정 맞지 않는다면 도중 바꿔도 괜찮다.
하지만, 나의 2년간의 캐나다 홈스테이 경험은 아직까지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캐내디언 부부와 4명의 아이들.. 당시 9살, 7살, 4살, 3살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연락을 하고 있다. 결혼식에 영상도 보내주고, 언제든 캐나다로 돌아가면 만날 수 있는 사이다.
현지인 홈스테이 장단점
장점 | 단점 |
1. 배운 영어를 바로 쓸 수 있다. | 1. 먹지 않던 한국 음식도 찾는다. |
2. 현지 문화 24시간 체험 가능하다. | 2. 벙어리가 된다. |
3. 유일한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대표한다. | 3. 불편하다. |
4.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 | 4. 취미가 필요하다. |
장점
“How come?”은 “왜?”라는 뜻도 있다. 당시에 나는 몰랐다. “By airplane”으로 대답했던 것 같다. 영어를 못해, 알아듣는 척 웃기도 하고, 정신줄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영어에 노출되면 어느 정도의 감은 생긴다. 하지만, 늘지는 않는 것 같다. 스스로 공부해야 했고, 그리고 배운 걸 써먹어야 했다. 현지인 홈스테이는 이게 좋다. 배운 영어를 바로 써서, 내 걸로 만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한국의 가정과 달랐다. 한국에 있을때는 다 같이 가족 식사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매일 저녁 가족끼리 식사를 하고, 활동을 같이 했다.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부활절 등 절기에 따른 행사와 그들에게는 일상인 것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사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가면 싫을 수 있다. 그냥 방에 들어가 한국 영화, 게임, 채팅만 할 수 있다. 하지만, 방문만 열고 나간다면 경험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한국인은 나밖에 없다. 내가 한 경험과 한국의 이야기가 그들에게는 특별한 이야기다. 조금씩 언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한국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한국 문화, 학교, 인사 방법 등을 알려줬다. 따라 하는 모습이 너무 웃겼고, 뿌듯했다. 당시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행해서, 한국인으로서의 뿌듯함은 엄청났다.
나는 캐나다 부모님과 형제 4명이 있다고 말한다. 사실 아이들이 어려서 기억 못할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다 기억한다고 말하고 아직까지 추억을 같이 이야기한다. 이제 아이들 4명 다 나보다 키가 큰 것 같다. 그럼에도 기억해주고, 늘 보고 싶다고 말한다. 2020년 초에도 교환학생을 끝내고, 잠시 들러 일주일간 지냈다.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이었다.
단점
단점도 있다. 좋을수만 없다. 외국인 홈스테이를 간다면, 어느 정도는 각오해라. 특히 처음에는 쉽지 않을 거다. 첫째는, 한국 음식의 그리움이 폭발한다. 맨날 짜고, 느끼한 거만 먹었다. 맛은 있다. 그럼에도, 한국 음식만 보면 눈이 돌아갔다. 한국에서는 쳐다보지도 않던 음식도, 여기선 다 맛있다. 한인 식당이나, 슈퍼에 가서 어느 정도 구할 수는 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한 번은 라면을 끓였다가, 아이들이 화생방에 들어온 것처럼, 기침하고 난리 났던 순간이 기억이 난다.
영어는 어렵다. 특히, 처음에 듣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요즘 친구들은 다들 잘하는 것 같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처음에 인사와 기본적인 대화는 밝고 힘차게 할 수 있다. 그 뒤가 문제다.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데, 알아듣지도 못하고, 표현하지도 못했다. 이러다 보면, 영어 대화하는 걸 피하게 되고, 그냥 웃고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 순간들을 잘 이겨내야 하는데, 어려운 영어? 뉴스 같은 걸 보면 아직도 이런 순간들이 기억난다.
불편하다. 내 집이 아니다. 빨래도, 청소도, 냉장고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물론 그들도 최대한 편하게 해 주려 하지만,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특히 아이들이 많아, 수시로 방에 들어왔다. 나에게 쉬는 시간이 크게 없었다. 캐나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들어가지 말라고 했지만, 아이들을 막을 순 없었다. 한 번은 라면을 먹을 때 한국인의 ‘후루룩’ 먹는 소리에 그들 가족이 놀라곤 했다. 캐나다에서는 그렇게 먹는 것이 테이블 매너가 아니라고 했다.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인에서 친구 집에 산다고 해도 똑같으니 크게 걱정은 하지 마라!
시간이 많이 남는다. 캐나다 학교는 고등학교 3학년도 3시 30분이면 수업이 끝난다. 집에 오면 자유다. 학원? 그런 거 없다. 한국인 홈스테이라면, 같은 한국인들끼리 모여 뭐라도 할 수 있다만, 현지인 집은 다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기에 취미를 가지던, 따로 친구들과 약속을 잡던 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방과 후 운동과 음악 수업을 자주 했고, 집에서는 악기 연주와 작곡에 몰두했다.
홈과 홈스테이는 다르다.
홈스테이. 본인의 ‘홈’ 과는 분명 다를 거다. 하지만,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 도전해보면 결국 적응도 하고, 배우는 것도 많을 것 같다. 평생 살면서 가족이 아닌 사람과 언제 이렇게 오래 살아보겠는가? 현지인 홈스테이가 정답은 아니지만, 나의 경험들이 당신의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
생각
- 나에게 집은 무엇을 하는 공간인가?
- 현지인 홈스테이를 한다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 불편함을 겪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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