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6개월간 약 1,200만 원, 최소 6개 나라 이상 방문, 쏟아지는 별들과 헤엄치는 돌고래 체험, 넘치는 망고, 랍스터, 그리고 찹스테이크. 사병으로 청해부대를 간다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청해부대가 무엇이고, 어떻게 가는지, 그리고 갔다 온 경험들을 나누고 싶다.
‘한 번 가는 군대, 이왕갈거 제일 빡신데 다녀오자!’라고 친척 형들한테 말했다가 정신 교육을 받았다. 군대 2년 금방 갈 줄 알았고, 내가 가기 전에 통일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친 방학 때, 동생한테 부탁한 2학년 수강신청을 실패했다. 급하게 군대를 알아봤다. 입영 날짜를 맞춰서 갈 수 있는 해군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수영과 물놀이를 좋아해, 해군 신청을 했다.
* 해군 신청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 https://www.mma.go.kr/contents.do?mc=mma0000457
해군은 서류도 제출하고 면접도 본다. 해군에 온 친구들을 보니, 웬만해서는 다 합격한다. 훈련소 때, 해군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았다. 총 3가지 방법이다. 해외 파병 (청해 부대), 순항, 그리고 림팩 훈련 (하와이). 이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기도했다. ‘하나님, 나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청해부대는 무엇인가?
정식 명칭은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로서 대한민국 해군에서 아프리카 아덴만 해역에 해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파병하는 해상 부대다. 파병 가는 방법은 아래와 같지만, 파병이 보장되는건 아니다. 가고 싶다면 아래 내용들을 잘 숙지해두어라!
청해부대 가는 방법
- 해군 입영 신청 시, 파병을 많이 보내는 계열 선택 (갑판병 & 조리병 & 등등)
- 훈련소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다.
- 배 선정 시 DDH II 함정을 고른다. (총 6대 : 충무공 이순신, 문무대왕, 대조영, 왕건, 강감찬, 최영)
- 앵카를 박는다. (= 배에서 전역한다.)
- 파병을 간다.
훈련소에서 모든 훈련병들의 순위를 매긴다. 여러 항목을 평가하는데 기억은 안 난다. 체력과 훈련 점수를 많이 봤던 것 같다. 나는 약 1500명 중 123등?이었다. 나쁘지 않았지만, 파병을 갈 수 있는 만큼의 성적은 아니었다. 훈련소의 점수를 기반으로 고득점자부터 지원하고 싶은 배를 정한다.
해외를 가고 싶다면, 무조건 큰 배를 선택하라. 그리고 배에 오래 있다 보면, 해외를 나갈 수 있는 일이 한 번은 생긴다. 만약 다른 작은 배를 간다면, 사실상 파병 가기 힘들다. 일차적으로 배에 있는 수병들을 대상으로 선정 후 남는 TO를 뽑는 거기 때문이다.
6개의 배가 순차적으로 파병을 가기에, 내가 근무하는 타이밍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낙심하지 마라. 큰 배는 다른 기회도 많다. 해군사관학교 생도들과 함께 떠나는 해외 순항 (코로나라서 현재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하와이로 가는 림팩 훈련도 있어서, 계속 타고 있으면 뭐 하나라도 걸린다!
파병가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 6 개월간 약 1,200만 원 이상의 외화벌이! (UN 월급 + 한국 월급)
- 전우들과의 잊지 못할 추억
- 3주간 출항 후 달콤한 정박 (외출만 가능^^ 오만 살랄라, 오만 무스카트, 바레인, 지부티,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 UAE 방문)
- 꾸준한 운동 (배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 끝없는 바다, 번개 직관 쇼, 돌고래 쇼, 매일 밤 별빛 투어
- 각 종 행사 : 탤런스 쇼, 국제 리셉션 (밴드 연주), 함상 무비 나잇, 탁구 대회 등
- 음식 : 하루 3끼 + 매일 야식. 해외 파병 식대가 가장 높다고 들었다. 매 끼 메인 반찬이 2-3개 이상이다.
- 자부심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조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지킨다는 프라이드! ㅋㅋ)
그렇다면 힘든 점은 ?
- 무인도다. 사람들과 함께 갇혀있다. 좋든 싫든^^
- (현재의 와이프와) 연애 중이라 연락 안 되는 게 너무 힘들었다.
- 답답함과 외로움 (위성 전화는 있으나 잘 안되다. 와이파이 같은 건 없다!)
- 바닷물 샤워 (바닷물을 정수해서 쓰기에, 씻으면 몸이 빠닥빠닥하다!)
- 멀미와 피부 (늘 바다는 출렁인다. 그리고 철로 된 배이기에 예민한 피부라면 잘 관리해야 한다.)
청해부대를 생각하면 많은 추억이 떠오른다. 탤런트 쇼에 나가기 위해 동기들과 연극 대본을 만들어 매일 밤 연습했다. 당시 함정의 지도부와 원피스 해적단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토리였고, 모두 배꼽을 잡았다.
배 위의 작은 합주실에 바다와 노을을 바라보며 밴드 연습을 하고, 함상 리셉션 때 영화처럼 악기를 연주했다. 쏟아지는 별 빛 아래,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영화도 봤다.
상륙과 한국 갈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카운트하기도 했다. 매일 밤 여자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위성 전화로 통화도 가끔씩 했다. 직무 특성상, 행사가 있을 때면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일을 하기도 했다. 바다에 큰 풍선을 띄우고 사격도 하고..
돈으로도 못 살 경험이다. 두 번 가라고 하면 안 가지만, 다시 돌아가도 꼭 간다. 좀 더 특별한 군대 생활을 하고 싶다? 이미 해군을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한번 청해부대도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꼭 파병이 아니더라도, 당신의 선택속에 특별한 경험과 추억이 가득하길 바란다!
생각
- 군대, 꼭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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